jiwo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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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중과 거리감에서 너를 그리워해.
느리고 조용한 과정이 되고 있어.
추억은 언제나 특유의 따스한 빛에 싸여있다.
내가 저 세상까지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이 육체도 저금통장도 아닌 그런 따스한 덩어리 뿐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세계가 그런 것들을 몇 백가지나 껴안은 채 사라진다면 좋겠다.
이런저런 곳에 살면서 쌓인 갖가지 추억의 빛을 나만이 하나로 이을 수 있다.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는 목걸이다.
2025/8/30
내 나라, 내 가족, 내가 태어난 땅에서의 소명 같은 것들은 잠시 접어두고
그것에 갇히기 보다는 넓혀서 사는 시간을 보내보자
그 곳에 숲도 나무도 같은 땅의 나무라는 생각을 갖고 지내보자
나이와 거리에 매몰되지 말자. 엄마도 괜찮을거야.
내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있다
2025/2/15
올해 여름에는 열대지방의 나라 처럼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내렸다.
최고 기온은 36도를 기록했다. 새로운 계절 같았다.
나는 자주 비를 맞으며 카메라와 함께 서울을 걸었다.
땅은 개발되고, 도시는 성장하고, 가치는 높아진다.
사람들은 바쁘고, 만나고, 떠난다.
크고 높고 넓은 도시의 작고 외로운 존재들.
그렇게 정다운 우리들.
2024/10/9
우리는
우리의 세계를 벗어난
또다른 세계의 실재를
어쩌면 더 나은 세계의 광경을
그런 세계는 어떻게든 펼쳐진다는 것을
순진스럽게 꿈꾼다
지나간 세계는 돌아가지 않을 땅 이자
저마다의 디아스포라
우리는 세상의 끝으로 향한다
지평선을 따라
하늘엔 하얀 베개
이곳은 별들의 침실
떠돌이 별들의 평화와
안식이 깃든 곳
푸른 달이 세상의 끝에서 떠오른다
감은 눈 위로 유성우가 쏟아지는
눈부신 밤
비로소 시간이 하늘에서 멈춘 것 같지
우리는 가을로 향한다
인간이 되어버린 별들의 궤적을 따라
음악과 수어와 말과 두 손
바람이 부는 머리칼과
작은 드레스와 동그란 어깨
웃음소리 속눈썹과 립스틱
기름진 수염 넥타이와 주름
손가락엔 약속
껴안고 사랑하는 삶
지극히 삶
서윤과 동화를 위한 축시
2024/9/5
최종적으로 해야할 것은 작품이 아니라 삶이다.
안나 카레니나
2024/1/23
모든 눈물이 다 기쁨이고 이별이 다 만남이지. 이리 아름다운 모순은 땔감으로도 쓸모가 있다.
사람에 대한 사랑없이 세상에 대한 사랑없이 난 사진가가 될 수 있을까? 그런 바보같은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어둠과 아픔과 슬픔도 마주하고, 아이의 고통도 가난도 질병도 그 아무것도 잊지 않고.
하나뿐인 세상속 수많은 세상들을 위하면서.
순간을 멈추어 누리면서. 더러운 손 일지라도 순수를 택하면서. 바람에 흔들려도 푸르게.
2023/12/5
할아버지는 서랍 속에 돌아가신 할머니 사진 한장만 고이 넣어 두고 새할머니가 볼까 굳게 잠궈두셨단다.
할머니는 공부만 하신 할아버지 손이라도 다칠까 궂은 일 도맡아 하시다 암에 걸려 돌아가셨다.
8남매 중 다섯째 우리 엄마는 열여덟 나이에 할머니 병수발을 들었고, 고통스러운 몸을 져버리려 상수리 나무 밑을 새벽내 돌고 돌던 할머니를 홀로 구했단다.
그래서 엄만 그렇게도 건강한 몸을 원하는가보다.
긴 세월만에 만난 가족들은 눈매에 주름이 열마디. 이제 우리는 늙었지 그 때가 좋았지 하면서도 늙어 지친 기색도 없이 수다스런 여름밤을 지내고,
반달눈 고운 우리 숙모는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기도를 하고 동그랗게 구르프를 말고 직접 만든 딸기쨈을 선보인다.
식탁에 앉아 좌충우돌 여행담을 몇가지 들려드렸더니 ‘죽기전에 꼭 그리스에 가봐. 거기서 지는 해를 보고 와!’ 당부를 하면서
이제는 보이지 않는 눈이 아쉽지도 않은 듯 사랑스러운 미소를 짓고 장애를 갖기 전 만났던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을 재잘재잘 늘어놓는다.
삼촌은 똑같은 반달눈으로 숙모를 바라보고, 난 두 사람을 보니 사랑을 알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2023/9/3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보라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과 욕심 없는 마음으로
결코 화내지 않고 언제나 조용히 웃음짓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내 잇속을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작은 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가 있다면 가서 돌보아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다면 가서 볏짐을 날라 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면 가서 두려움을 달래주고
북쪽에 다툼이나 소송이 있다면 의미 없는 일이니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이 들면 눈물 흘리고
추운 여름이면 걱정하며 걷고
모두에게 바보라 불려도, 칭찬에도 미움에도 휘둘리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미야자와 겐지
2023/8/23
이 커다란 세상은 가능성을 가진 많은 작은 것들로 채워져있다.
2023/2/2
관성에 머무르는 것 보다 흐르는 것이 좋고 계속 변화를 도모하고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관성 속에서의 작은 변화, 삶을 유지하는 힘, 내게 좋은 상태를 유지하려는 힘.
유지 = 성실
변화 = 용기
2022/10/19
은님, 여기가 집처럼 느껴지시나요?
아니요, 내가 그림을 그릴 때에만 여기가 집처럼 느껴집니다. 밖으로 나가면 난 이상한 사람이 됩니다.
한국에 가면 나 보고 유럽사람 같다고 하고 여기에서는 한국사람 같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난 한국에서도 혼자라고 느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내 안에 낯선 뭔가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바라보지 않는데 나는 이렇게 바라보는지, 또 그 반대의 경우 역시 왜 그런지 항상
궁금 했었습니다. 그런데 예술을 시작하면서 이런 낯설게 다르다는 느낌은 더 이상 없습니다.
이제는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더 이상 받지 않습니다. 땅이 있고 나는 그 위의 사람인거죠.
유럽사람이 아니다. 아프리카 사람이 아니다 라는 식의 출신 대륙이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나는 그저 이 땅 위에서 사람이고 싶고 내 삶을 펼치고 싶을 뿐입니다.
제 어머니는 항상 검은 머리로 태어난 모든 짐승은 고난을 겪기 때문에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쩌면 이 말씀이 내게 각인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방인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노은님
2022/8/8
온 신경으로 퍼지는 따스함
2022/3/17